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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원두와 정확한 추출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커피를 조금 더 깊이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맛있다'는 감각적인 표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만나게 됩니다. 같은 원두를 사용했는데도 어떤 날은 맛이 진하고, 어떤 날은 밍밍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커피를 숫자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브루 레이시오(Brew Ratio)와 추출률(Extraction Yield)입니다. 두 개념은 이름이나 숫자 때문에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것을 설명합니다. 브루 레이시오는 커피 원두와 최종 음료 또는 물의 양적 관계를 나타내고, 추출률은 원두에 있던 가용성 성분 가운데 실제로 음료에 녹아 나온 비율을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두 개념이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20g의 원두로 40g을 뽑았다'는 것과 '20%를 추출했다'는 말이 모두 숫자로 표현되다 보니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고 계산식을 하나씩 살펴보니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얼마나 많은 음료를 만들었는가?"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원두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성분을 녹여냈는가?"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추출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 원인을 찾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브루 레이시오(Brew Ratio)는 커피와 음료의 비율을 의미한다
커피를 추출할 때 가장 먼저 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브루 레이시오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용한 원두의 양과 최종적으로 얻은 커피 음료 또는 사용한 물의 양 사이의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를 원두 20g으로 시작해 최종적으로 40g을 추출했다면 일반적으로 1:2 비율이라고 표현합니다. 핸드드립에서는 원두 20g에 물 300g을 사용했다면 일반적으로 1:15와 같은 방식으로 레시피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에서는 투입 원두와 추출된 음료의 무게를 기준으로 1:2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핸드드립에서는 일반적으로 투입한 물의 양과 원두량의 비율을 브루 레이시오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같은 비율 표현이라도 어떤 추출 방식에서 어떤 기준을 사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비율은 커피의 농도와 음료의 느낌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원두와 비슷한 추출 조건이라면 음료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으면 더 진하고 농축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물의 비율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가볍고 묽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브루 레이시오가 달라졌다고 해서 원두에서 추출된 성분의 비율까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같은 1:2 비율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더라도 분쇄도나 물의 온도, 추출 시간, 유량 등에 따라 실제 추출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브루 레이시오는 어디까지나 레시피와 농도 설계를 위한 기준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 부분을 찾아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점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커피를 처음 배울 때는 '20g을 넣고 40g을 뽑으면 1:2니까 제대로 된 추출'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1:2라는 숫자만으로는 커피가 잘 추출됐는지까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비율은 출발점이지 정답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추출률(Extraction Yield)은 원두 성분이 얼마나 녹아 나왔는지를 보여준다
추출률은 조금 더 복잡한 개념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사용한 원두의 질량 가운데 실제로 커피 음료 속에 녹아 나온 가용성 성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값입니다.
추출률을 계산하려면 일반적으로 커피의 TDS(Total Dissolved Solids)와 최종 음료의 무게, 사용한 원두의 무게가 필요합니다.
추출률 계산 공식
추출률(%) = 최종 음료 무게(g) × TDS(%) ÷ 원두 투입량(g)
예를 들어 원두 20g을 사용해 최종 음료 40g을 얻었고, 측정한 TDS가 10%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40 × 10% ÷ 20 = 20%
따라서 이 경우 추출률은 약 20%가 됩니다.
여기서 TDS는 커피 음료에 녹아 있는 고형분의 농도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커피용 굴절계를 이용해 측정합니다. 추출률을 이해할 때 TDS와 추출률을 함께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TDS는 음료의 농도를 보여주고, 추출률은 원두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가용성 성분이 음료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커피 교육 자료에서 흔히 18~22% 정도의 추출률이 균형 잡힌 추출의 참고 범위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숫자를 모든 커피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정답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원두의 로스팅 정도와 가공 방식, 추출 방법,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맛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커피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음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라는 숫자만 보면 '20%를 뽑았으니 좋은 커피'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어떻게 추출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숫자는 결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숫자 하나만으로 커피의 맛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는 셈입니다.
브루 레이시오와 추출률은 어떻게 다를까?
두 개념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질문을 달리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 구분 | 브루 레이시오(Brew Ratio) | 추출률(Extraction Yield) |
|---|---|---|
| 핵심 의미 | 원두와 음료 또는 물의 비율 | 원두 성분이 음료로 녹아 나온 비율 |
| 주요 목적 | 레시피와 농도 설계 | 추출 효율 분석 |
| 주로 사용하는 도구 | 전자저울 | 굴절계 + 전자저울 |
| 주요 변수 | 원두량, 물 또는 음료량 | TDS, 음료량, 원두량 |
| 핵심 질문 | 얼마나 많은 물이나 음료를 사용했나? | 원두 성분을 얼마나 추출했나? |
이 표를 보고 나면 두 개념의 차이가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예를 들어 20g의 원두로 40g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면 브루 레이시오는 1:2입니다. 하지만 그 에스프레소의 TDS가 얼마인지에 따라 추출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추출률을 기록한 커피라도 브루 레이시오가 다를 수 있습니다. 즉 커피의 농도와 추출 정도는 서로 다른 변수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커피 추출을 이해할 때는 TDS와 추출률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TDS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추출이 잘된 것은 아니며, 추출률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맛있는 것도 아닙니다. 농도와 추출 정도는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추출률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18~22%만 맞추면 맛있는 커피가 되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하지만 실제 커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추출률을 기록한 두 잔의 커피라도 분쇄 입자의 균일성이나 추출 과정의 균일성, 원두의 로스팅 정도 등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추출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전체적인 추출률이 비슷하더라도 컵 안에서 맛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는 맛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맛을 해석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커피가 너무 시고 얇게 느껴진다면 분쇄도를 조절하거나 추출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쓰고 떫다면 추출 조건을 반대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추출률을 측정할 수 있다면 내가 느낀 맛과 실제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가정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굳이 고가의 굴절계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맛을 보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 부분이 커피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숫자를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숫자 자체가 목표가 되기 쉽지만, 결국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20%의 추출률'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맛있는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바리스타는 숫자와 감각을 함께 사용한다
수율과 추출률을 공부하면서 느낀 가장 큰 점은 결국 커피는 감각과 데이터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리스타의 감각은 커피의 향과 맛을 판단하는 데 필요하고, 데이터는 그 결과를 반복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커피가 시고 밋밋하게 느껴졌다면 '오늘 원두가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분쇄도와 추출 시간, TDS, 추출률 등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숫자는 비슷한데 맛이 다르다면 다른 변수나 추출의 균일성 등을 다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면 커피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원두를 테스트하거나 동일한 레시피를 반복해서 재현해야 하는 카페에서는 이런 기록이 상당히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18~22%라는 범위에 들어왔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의 커피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맛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커피의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그래서 처음 커피를 공부한다면 굴절계부터 구입하기보다는 먼저 전자저울 하나를 활용해 원두량과 물의 양, 추출된 음료량을 기록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다음 맛을 직접 비교하면서 '왜 이 커피는 더 진하게 느껴지는지', '왜 같은 원두인데 오늘은 더 시게 느껴지는지'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그렇게 감각과 숫자를 하나씩 연결하다 보면 커피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브루 레이시오는 '얼마나 많은 물이나 음료를 사용했는가'를 보여주는 숫자이고, 추출률은 '원두에서 얼마나 많은 가용성 성분이 음료로 이동했는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두 개념을 구분해서 이해하면 커피 추출을 훨씬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에서는 추출 시간과 분쇄도가 추출률과 맛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결국 좋은 커피를 만드는 과정은 하나의 숫자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여러 변수를 조절하면서 내가 원하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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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할 만한 자료
커피 추출률과 TDS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아래 자료를 함께 참고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무리하며
브루 레이시오와 추출률은 모두 커피 추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지만 서로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브루 레이시오는 원두와 물 또는 음료의 양적 관계를 보여주고, 추출률은 원두에 있던 가용성 성분 가운데 실제로 음료로 이동한 비율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두 개념이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다른 질문에 답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차이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특히 1:2와 같은 브루 레이시오만으로 추출이 잘되었는지 판단할 수 없고, 추출률 역시 숫자만으로 커피의 맛을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숫자가 감각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원두량과 물의 양, 추출된 음료량을 기록하고 맛을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커피를 만드는 과정은 하나의 숫자를 정답처럼 맞추는 일이 아니라 여러 변수를 조절하면서 내가 원하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브루 레이시오와 추출률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그 과정을 시작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