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커피를 마셨는데 한 사람은 “생각보다 부드럽다”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너무 쓰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차이를 꽤 자주 봅니다. 같은 원두로 같은 방식으로 추출했는데도 손님마다 커피에 대한 반응이 다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면서 쓴맛은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미각 수용체의 개인차와 유전적 특성, 커피 속 여러 성분, 로스팅과 추출 조건, 그리고 반복적인 경험이 함께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감각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똑같은 커피를 마셔도 사람마다 쓴맛의 강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 목차
커피의 쓴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쓴맛을 흔히 카페인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카페인은 대표적인 쓴맛 성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커피의 쓴맛을 카페인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커피에는 로스팅과 추출 과정에서 만들어지거나 추출되는 다양한 화합물이 들어 있으며, 이들이 함께 쓴맛의 인상을 형성합니다.
최근 커피의 쓴맛을 종합적으로 다룬 연구에서는 커피의 쓴맛에 관여하는 물질로 페놀성 화합물, 펩타이드, 알칼로이드, 디테르페노이드 등 여러 종류가 언급됩니다. 또한 커피의 품종과 가공 방식, 로스팅 정도, 추출 방법 같은 조건도 쓴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커피의 쓴맛은 여러 화합물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감각입니다. 어떤 성분은 쓴맛을 강화할 수 있고, 반대로 일부 성분은 쓴맛의 인상을 낮추는 데 관여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커피는 쓰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한 가지 성분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성분과 감각 반응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커피의 다양한 쓴맛 성분과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해서는 커피의 쓴맛을 종합적으로 다룬 연구 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핵심 포인트
커피의 쓴맛은 카페인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원두의 특성, 로스팅, 추출 방식, 여러 쓴맛 성분 그리고 사람의 미각 감수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사람마다 미각 수용체가 다르다
사람마다 쓴맛을 다르게 느끼는 가장 흥미로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각 수용체의 개인차입니다.
우리 혀의 미뢰에는 다양한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습니다. 쓴맛은 주로 TAS2R이라는 쓴맛 수용체 계열과 관련되어 있는데, 사람마다 이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의 형태나 발현 정도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특정 쓴맛 물질에 대한 민감도 차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사람마다 쓴맛을 느끼는 정도에 상당한 개인차가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에 쓴맛 수용체의 유전적 변이가 일부 관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왔습니다.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TAS2R38입니다. TAS2R38은 특정 쓴맛 물질인 PROP 등의 지각 차이를 연구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수용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TAS2R38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의 커피 쓴맛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에는 여러 종류의 쓴맛 성분이 존재하고, 각각의 성분이 여러 쓴맛 수용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에스프레소의 쓴맛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TAS2R3, TAS2R4, TAS2R5 등의 유전적 차이가 에스프레소의 쓴맛 지각 차이와 관련될 가능성이 보고되었습니다.
또 최근 연구에서는 TAS2R43과 TAS2R46의 유전적 차이가 카페인에 대한 쓴맛 지각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따라서 같은 커피를 마셔도 한 사람은 쓴맛을 강하게 느끼고 다른 사람은 비교적 부드럽게 느끼는 일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이러한 차이는 특정 유전자 하나가 결정한다기보다 여러 수용체와 유전적 특성, 감각 민감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쓴맛 수용체와 개인차에 관한 연구는 TAS2R 유전자 변이와 쓴맛 음료의 지각 차이에 관한 연구 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도 쓴맛에 영향을 준다
커피의 쓴맛을 이야기하면서 카페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페인은 커피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대표적인 쓴맛 성분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사람마다 카페인의 쓴맛을 느끼는 강도 역시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사람마다 카페인의 쓴맛을 평가하는 정도가 달랐으며, 이러한 차이가 쓴맛 수용체의 발현량과 평소 카페인 섭취량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카페인의 쓴맛 평가에서 여러 쓴맛 수용체의 발현과 평소 카페인 섭취량이 개인차와 관련된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사람의 쓴맛 차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를 단순히 “입맛이 다르다”라고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반복적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쓴맛에 익숙해지는 경험과 개인의 미각 특성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을 “커피를 많이 마시면 누구나 쓴맛에 둔감해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고, 유전적 특성과 습관이 서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페인의 쓴맛과 미각 수용체, 카페인 섭취량의 관계는 카페인 쓴맛과 쓴맛 수용체 발현에 관한 연구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스팅이 깊어질수록 무조건 더 쓸까?
커피를 처음 배울 때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다크 로스트일수록 쓰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로스팅이 깊어지면 로스팅에서 비롯되는 진한 향과 쓴맛의 인상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커피의 쓴맛은 로스팅 정도뿐 아니라 원두의 품종과 생두의 특성, 로스팅 프로파일, 추출 방식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로스팅이 진행되면서 커피의 여러 성분이 변화하기 때문에 같은 원두라도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커피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쓴맛의 강도와 관련된 여러 화합물이 생성될 수 있으며, 여러 성분의 조합이 실제 쓴맛의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쓴맛이 강하다”는 느낌만으로 원두의 로스팅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다크 로스트의 강한 쓴맛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오히려 초콜릿이나 견과류 같은 진한 풍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추출 방법도 쓴맛을 바꾼다
같은 원두를 사용하더라도 추출 방법이 달라지면 커피의 쓴맛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커피를 추출할 때 물과 원두가 접촉하는 시간, 물의 온도, 분쇄도, 커피와 물의 비율 등이 달라지면 추출되는 성분의 양과 균형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긴 시간 동안 추출하거나 추출 조건이 적절하지 않으면 쓴맛이나 떫은 느낌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추출이 충분하지 않으면 산미가 지나치게 앞에 나오면서 커피가 날카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커피의 쓴맛은 원두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추출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카페에서 같은 원두를 사용해도 추출 조건을 조금씩 조절했을 때 손님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커피의 쓴맛은 원두만의 문제가 아니라 추출 과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결국 좋은 커피는 단순히 쓴맛이 적은 커피라기보다 산미와 단맛, 쓴맛, 향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커피라고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커피를 자주 마시면 쓴맛에 익숙해질까?
어렸을 때는 커피가 너무 써서 싫었는데 성인이 된 후에는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게 된 사람도 많습니다. 저 역시 처음 커피를 마셨을 때와 지금 느끼는 쓴맛이 같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에는 경험과 학습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쓴맛 자체가 불편했지만 반복적으로 마시면서 커피의 향과 단맛, 산미를 함께 경험하게 되면 쓴맛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과 선호도 역시 개인마다 다릅니다. 유전적인 미각 특성뿐 아니라 평소 어떤 커피를 마셔 왔는지, 어떤 맛에 익숙한지 같은 경험적 요인도 커피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단순히 혀가 쓴맛을 못 느끼게 된다는 의미라기보다, 쓴맛을 커피의 다른 향미와 함께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쓰다”라는 한 가지 감각밖에 없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고소하다”, “초콜릿 같다”, “볶은 견과류 같은 향이 난다”처럼 훨씬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 직접 비교해 보는 간단한 방법
- 같은 원두로 커피를 두 잔 준비합니다.
- 두 잔의 기본적인 추출 조건은 비슷하게 유지하되, 한 잔은 조금 짧게 다른 한 잔은 조금 길게 추출해 봅니다.
- 두 커피의 첫인상과 쓴맛의 강도를 비교해 봅니다.
- 쓴맛만 평가하지 말고 단맛, 산미, 향, 입안에 남는 느낌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이렇게 비교하면 ‘쓴맛이 강하다’는 느낌이 단순히 쓴맛 성분 하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맛과 향의 균형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지 생각해 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커피의 쓴맛은 개인마다 다르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커피가 쓰다”라는 아주 단순한 표현 뒤에 생각보다 많은 요소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커피에는 카페인을 비롯해 여러 쓴맛 성분이 존재하고, 로스팅과 추출 과정에 따라 그 성분의 조성과 균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마다 다른 쓴맛 수용체와 감각 민감도가 더해집니다.
여기에 평소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지, 어떤 종류의 커피에 익숙한지, 어떤 향과 맛을 선호하는지도 커피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커피 선호도와 관련된 유전 연구에서도 카페인에 대한 유전적 민감성과 커피의 맛 선호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다만 커피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이유를 하나의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너무 쓴 커피”가 다른 사람에게는 “진하고 고소한 커피”가 될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손님이 커피를 마시고 보여주는 반응이 서로 다른 것도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됩니다. 같은 커피를 제공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맛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결국 커피의 맛은 컵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원두의 성분과 추출 과정,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각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커피를 마실 때 “이 커피는 왜 이렇게 쓰지?”라고 생각된다면 단순히 좋은 원두와 나쁜 원두의 차이라고 판단하기보다 로스팅과 추출, 그리고 자신의 미각 특성까지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같은 커피를 마시고도 서로 다른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커피를 오래 마셔도 계속 새로운 맛을 발견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은 커피 이야기
커피의 쓴맛을 이해했다면 로스팅과 추출, 원두 품종에 따른 맛의 차이도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람마다 커피의 쓴맛을 다르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람마다 쓴맛 수용체의 유전적 특성과 발현 정도, 감각 민감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원두의 성분, 로스팅, 추출 조건, 커피를 마셔 온 경험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Q. 커피가 쓴 것은 모두 카페인 때문인가요?
A. 아닙니다. 카페인은 대표적인 쓴맛 성분이지만 커피에는 여러 종류의 쓴맛에 영향을 주는 화합물이 존재합니다. 로스팅과 추출 과정도 쓴맛의 최종적인 인상에 영향을 줍니다.
Q. 커피를 많이 마시면 쓴맛을 덜 느끼게 되나요?
A. 커피를 반복해서 마시면서 쓴맛에 익숙해지고 선호도가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쓴맛에 둔감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Q. 다크 로스트 커피가 항상 더 쓴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로스팅 정도는 쓴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지만 원두의 품종, 로스팅 프로파일, 추출 방법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합니다.
Q. 쓴맛을 잘 느끼는 사람은 커피를 싫어할 가능성이 높은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쓴맛에 민감하더라도 커피의 향이나 단맛, 질감 등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실제 커피 선호도는 미각뿐 아니라 경험과 습관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Q. 같은 커피인데도 어떤 사람은 진하고 고소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은 쓰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같은 커피라도 사람마다 쓴맛 수용체와 감각 민감도가 다르고, 커피를 마셔 온 경험이나 선호하는 맛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추출된 성분의 균형까지 더해지면서 사람마다 최종적인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사람마다 커피의 쓴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취향 차이만은 아닙니다. 커피에는 카페인을 비롯한 여러 쓴맛 관련 성분이 존재하고, 로스팅과 추출 조건에 따라 그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쓴맛 수용체의 개인차와 유전적 특성, 카페인 섭취 습관, 커피를 마셔 온 경험 등이 함께 작용합니다. 따라서 같은 커피라도 누군가에게는 부드럽고 고소하게, 다른 사람에게는 강하고 쓰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참고 자료
- Exploring the complexities of bitterness: a comprehensive review of methodologies, bitterants, and influencing factors centered around coffee beverage
- Numerous Compounds Orchestrate Coffee's Bitterness
- Caffeine Bitterness is Related to Daily Caffeine Intake and Bitter Receptor mRNA Abundance in Human Taste Tissue
- Allelic variation in TAS2R bitter receptor genes associates with variation in sensations from and ingestive behaviors toward common bitter beverages in adults
- Genetic determinants of liking and intake of coffee and other bitter foods and beverages